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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키드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장치들을 잘 다루는 어린이를 지칭하는 신어이다. 누가 언제부터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IT관련 기사나 컬럼등에서 간간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디지털 장치가 PC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는 PC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얘기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PC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 부터, 인터넷은 90년대 중반 이후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저 기간이 바로 필자가 어린이였던 시절이다. 필자의 나이쯤되는 (80년대 초중반생) 사람들은 상당수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접했다.(집에 PC가 없었을지라도 적어도 친구들 집에서 접하기는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기적으로 봤을 때 필자 또래정도 사람들이(또는 몇 년 위의 선배님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키드의 시초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디지털 키드들의 대부분은 게임때문에 컴퓨터 공부를 하게 된다. 그 당시 OS 환경은 주로 DOS였고, 지금처럼 쉽게 클릭 몇번으로 설치가 되고, 실행하지를 않았다.(MDir과 같은 유틸리티가 편리하게 만들어 줬지만). 그래서 각종 DOS 명령을 익혀야 했고, 필요에 따라서는 시스템 최적화를 위해 메모리 확보를 위해 autoexec.bat, config.sys, msdos.sys 파일 등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게임의 에디트를 위해 에디트 프로그램을 쓰기도 했지만, 컴퓨터에 좀 자신있다는 친구들은 Hex Editor와 같은 툴을 이용하여 직접 16진수값들을 건드리기도 했다. 필자의 경우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키드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에 의해서 컴퓨터 공부를 했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할 때 가장 높은 효과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지털 키드들은 알게 모르게 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렸을적부터 컴퓨터를 접하긴 했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또래지만 어릴 적 컴퓨터를 접해보지 못해 본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리고 컴퓨터관련 학과에는 이런 부류들이 혼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중에 누가 더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디지털 키드 출신이 유리할 것 같지만 장담할 순 없다."이다. 이것은 어릴 적 미국에 이민을 간 사람과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을 간 사람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학간 사람이 아무리 영어공부를 한다고 해도, 어릴 적부터 미국에 산 친구를 따라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릴 적 이민간 사람은, 사고 방식부터 미국적으로 변하고 각종 추억들도 그 쪽 문화를 통해 겪어 왔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유학간 친구가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네이티브에 가깝게 구사를 한다고 할지라도, 사고 방식을 바꾼다던가 어릴적 추억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화의 내용이 한계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릴적 이민간 친구가 대학생으로서 유학간 친구보다 훨씬 유리한 것처럼 디지털 키드 출신을 대학와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따라가기란 쉽게 않다. 하지만 영어에 비해서 IT기술은 아주 빠르게 변한다. 예전 기술에 대한 지식이 최근 기술의 사고 방식에 방해가 되는 경우(예컨대, 절차적 프로그래밍에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도 있다. 그러므로 대학와서 공부를 시작한 사람도 충분히 디지털 키드를 따라갈 수 있다. 단, 어릴적부터 다양한 경험을 컴퓨터를 통해 해온 것들에 대한 force는 상당히 강력하다.

 결론은 디지털 키드 출신 프로그래머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지만 대기만성형 프로그래머가 노력을 많이 한다면 디지털 키드 출신 프로그래머를 능가할 수 있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누구라도 도태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변화를 창조해 내는 일에 앞장 설 수 있으면 리딩 그룹에 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런 글 쓰고 있는 나 역시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힘겹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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